[한반도 브리핑] 김정은 ‘핵 선제타격’ 위협…한미정상회담 일정 확정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부처와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북한의 열병식과 그 열병식에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인데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외교·안보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오늘 대담의 핵심 주제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은 지난 월요일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우선 열병식이 열린 4월 25일이 북한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날인지 설명하고,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주요 무기체계도 소개할까 합니다.

또한 열병식에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특히 핵무기 선제 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볼까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역대 정부 중 출범 이후 최단기간 내에 이뤄지는 데다가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것은 29년 만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만큼 한미관계, 특히 새 정부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인데, 이 내용도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 달 10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무력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대형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예상되는 도발 유형을 짚어볼까 합니다.

[앵커]

북한의 4월 25일 열병식에는 2만여 명의 병력과 각종 무기체계가 대규모로 동원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역대급 열병식’이라고까지 평가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이날을 왜 이처럼 중요하게 경축한 거죠?

[기자]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일제강점기 때인 1932년 4월 25일 중국 만주에서 조선인 빨치산부대인 반일인민유격대를 창설했다고 선전합니다.

김일성 친위부대였던 반일인민유격대는 훗날 조선인민혁명군으로 확대됐습니다.

이처럼 올해 4월 25일은 북한이 첫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김일성 빨치산부대 창설 9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북한은 1978년부터 4월 25일을 ‘건군절’로 기념했지만, 김정은 정권이 2018년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을 건군절로 제정하면서 4월 25일은 그만큼 덜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 특별히 부각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4월 25일에 열병식이 열린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일대기를 선전할 때 김일성이 아버지 김형직에게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총 2자루를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년 김일성이 이 총 2자루를 밑천으로 조선인민혁명군을 창설했고 이 부대와 함께 10여 년을 일제와 싸워 조선을 독립시켰다는 겁니다.

북한이 올해 특별히 빨치산 부대 창설일을 성대하게 기념한 것은 올해가 김정은 공식 집권 10주년인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4월 25일을 맞아 김일성 주석을 목숨 바쳐 지켰던 항일빨치산들의 ‘수령 결사옹위 정신’을 본받아 김정은 정권에 충성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 10주년을 맞은 시점에 북한 체제의 뿌리와 이른바 ‘정통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위한 의도였다고 봅니다.

또한 장기간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 등으로 주민들에게 보여줄 마땅한 경제 성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과 ‘업적’을 부각하기 위해 열병식을 열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즉, 김일성대에 두 자루의 총을 씨앗으로, 고작 소총으로 무장한 100여 명의 부대로 ‘조선 혁명’을 시작했지만, 손자인 김정은 대에 와서는 최강대국 미국까지 위협하는 핵무기를 가진 강력한 무력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부각한 겁니다.

90년 전과 오늘을 비교함으로써 주민들의 체제 자부심을 고취하고, 북한을 소위 ‘강대국’으로 만든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봅니다.

[앵커]

북한으로서는 체제의 정통성과 연관이 있는 아주 중요한 날이라는 건데요.

이날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여러 이색적인 행사들도 있었다는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북한이 올해 특별히 빨치산 부대 창설 기념일을 기념한 것은 북한 체제의 정통성과 뿌리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그래서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첫 공식 행사는 항일빨치산 1세대들의 묘지인 대성산 혁명열사릉 참배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군부 고위 간부들만을 대동하고 혁명열사릉을 찾아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들에게 묵념하고 헌화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체제의 뿌리는 항일빨치산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계승의 역사로 빛나는 우리 혁명의 위대한 전통을 창조하고, 강대한 우리 국가의 억년 드놀지 않는 초석을 다진 항일빨치산의 불멸의 공적은 후세토록 길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혁명열사릉 참배가 끝나고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는데요.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로 군의 고위급 지휘관들을 불러 성대한 연회를 열고 이들을 격려했습니다.

연회에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참석했는데,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흰색의 공화국 원수 군복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이 연회가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졌고, 이 일정 때문에 본행사인 열병식이 밤 9시경부터 시작되게 된 겁니다.

[앵커]

본격적으로 열병식 얘기를 해보죠.

열병식 하면 당연히 새로 등장한 무기체계에 먼저 관심이 쏠리는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전해주시죠.

[기자]

군 지휘관을 위한 연회에서 입었던 원수 군복을 입고, 부인과 함께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에 앞서 경축 연설을 했습니다.

조선인민혁명군 창설의 의의와 북한군의 희생과 헌신 등을 열거한 뒤 군사력을 계속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된다”며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한 급속도로 강화·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핵전쟁 위협이 없어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부분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즉, 자신들의 핵무기가 순수 ‘전쟁 억제용’이라던 기존의 방어적인 입장을 파기하고, 전쟁이 아닌 비군사적인 영역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공세적인 태도로 바뀐 겁니다.

김정은은 북한의 ‘근본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연설로 미뤄 북한이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근본 이익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수시로 핵무기 공격 위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공세적인 ‘핵 독트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자극을 받은 것이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실제로 지난 5일 발표된 김여정의 ‘대남 핵 위협 담화’를 비롯해 핵무기 선제 사용을 시사하는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이후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김여정에 이어 이제는 김정은 위원장까지 핵무기 선제 사용 위협을 하는 모양새네요.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각종 전략무기를 통해 김 위원장의 핵 위협 발언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주요 무기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북한의 이번 열병식에는 대남 타격용인 전술미사일부터 미국 본토 타격용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이 총동원됐습니다.

사거리 순으로 올라가면서 살펴보면, 주력 탱크 부대와 자주포 부대에 이어 방사포 부대들이 등장하는데, 북한이 자랑하는 4연장 초대형 방사포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구경 장사정포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 초대형 방사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함께 지난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도 등장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발사관이 4개로, 4기의 탄도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이 무기체계를 공개하면서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전술 단거리 미사일을 장사정포를 운용하는 장거리 포병 부대에서 운용할 것이라며 이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수도권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극초음속 미사일들도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9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글라이더 활공체(HGV) 형태의 ‘화성-8형’과 올해 1월 두 차례 시험발사한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태의 극초음속 미사일입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신형 SLBM이 공개됐는데요. 이 미사일은 북한이 작년 10월 잠수함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미니 SLBM’에 뒤따라 등장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SLBM은 작년 1월 8차 당대회 경축 열병식에 등장했던 SLBM ‘북극성-5형’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도 더 길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열병식의 마지막은 ICBM급인 ‘화성-15형’과 ‘화성-17형’이 장식했습니다.

‘화성-15형’ 종대에 이어 ‘화성-17형’의 육중한 동체가 등장하자 군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성-17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 사거리가 1만5,000㎞를 훌쩍 넘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경축했습니다.

[앵커]

다음 달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이번 주에 새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는데, 역대 정부 중 출범 이후 최단기간 내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됩니다.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0∼22일 한국을 방문합니다.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5월 21일에 열립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1일 만에 열리는 건데요. 역대 정부 중 출범 이후 최단기간 내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71일 만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첫 회담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취임 후 54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회담은 취임 79일 만에 열렸습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먼저 방한하는 것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난 이후 29년 만입니다.

특히 이번 방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동아시아 순방으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동아시아 순방에 나서면 보통 일본을 첫 행선지로 선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윤 당선인은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배포한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협력 등 한미동맹을 긴밀히 논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 북한이 미사일을 자꾸 쏘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이 잦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는 ‘상호주의’입니다.

남북 대화를 추진하겠지만, 북한의 도발 등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북한이 ‘기선제압’ 차원의 무력 도발을 잇달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다양한 작전 목적과 임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핵 공격 수단을 개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형 무기체계 시험발사’ 명목의 군사행동이 자주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5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대형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대형 무력 시위 유형으로는 우선 7차 핵실험이 거론됩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르면 이달 중 복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복구가 끝나는 대로 전술핵탄두 폭발 시험과 같은 핵실험을 강행할 전망입니다.

한미 당국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는 ICBM ‘화성-17형’을 다시 발사하거나,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신형 SLBM 시험발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찰위성 발사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북한이 대형 무력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보다도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저희가 3월에 대담을 나눌 때는 4월에 한반도 정세가 긴장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는데, 내일부터 시작되는 5월에는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다음 주 대담에서는 5월 첫 주에 일어난 외교·안보 이슈를 다루게 되겠네요.

지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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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연합 최신